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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승아가 로드스꼴라를 수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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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2/28 (22: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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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하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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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23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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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소녀~, 안녕!
글쓴이... 산소(산골소녀)를 적어 넣는데,
왜 이렇게 가식적인 이름 같지. 로드스꼴라를 마칠 때가 되니,
갑자기 산소라는 이름이 나와 너무 안 맞는 것 같다.
난 더 이상 순수하고, 착하고, 상냥하고, 부드럽지 않다.
그것은 그저 누구에게나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어 하는 내 바램이었나보다.
나에게 산소라는 닉네임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제 더 이상 소녀도 아닐뿐더러.
4학기 레이블 프로젝트를 하면서였다.
열아홉살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었고, 공연을 나갔었다.
공연에 나가서 멘트를 하는데, 내가 엄청 어린척을 하는구나 싶었다.
어린 척인지, 그게 습관이 되어 그런 말투가 나오는 건지,
며칠 후에 스무 살이란 사실에 좀 혼란스러웠다.
이렇게 20년을 살아왔는데, 갑자기 신경을 쓰려니 어색했다.
내가 스무 살이 되면, 스무 살처럼 보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에는 한 번도 한 적 없는 그런 생각들이 이상하게 열아홉살 마지막 즈음에 들었다.
갑자기 나는 스무 살이 되어 있었다.
2010년 12월 31일에서 1월1월로 넘어가는 그날 밤은 유난히 두근거렸다.
너무 아쉬웠다. 내 청소년기가 마지막이란 생각에,
안절부절 못하며 그날 밤을 보냈다. 그렇게 나는 스무 살이 되어버렸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여기저기서 물건들을 잘 집어온다.
주어온다고 할 수 있겠다. 안 그래도 좁은 방에 필요도 없는 물건을 하나씩 하나씩
집어넣는다. 그래도 그중에 득템이 몇 개 있다.
예를 들면, 버리려고 놓아둔 어린이 의자를 집어 와서 아직까지 잘 쓰고 있다.
그리고 버려진 작은 바구니도 악세사리 통으로 잘 쓰고 있다.
그리고 로드스꼴라는 내 청소년기의 득템이다.
그냥 모든 경험들이 소중하다. 싫든, 좋든 내가 맡은 일은 무조건 다 했다.
그러고 나서 보니 모든 경험들은 나에게 득템이었다.
도보여행, 공정무역, 길별(선생님), 떠별(학생)들과의 관계, 지각회의
팀 작업 모두 다 소중하다.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다 내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경험만으로도 충분하다. 보통 열여덟살, 열아홉살이란 나이에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경험했으니.....
그렇지만, 이만큼 힘든 일도 없을 것이다.
이만큼 사람들과 부딪히며 고생해야 할 일이 앞으로 또 있을까 싶다.
아직까지는 학교가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 글을 쓰면서도 해야 할 일이 쌓여있다.
수료를 하고나면 지금 이 순간도 추억이 되어 버릴 것이란 걸 알기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연락 끊고 숨어버리고 싶다는 생각들을 꾹꾹 눌러 담고있다.
어떤 일이 나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었고 어떤 일이 나한테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
로드스꼴라를 마치는 글에 써야 하지만 쓰고 싶지 않다.
너무 급하게 쓰고 싶지 않다. 지금 당장은 힘들다는 말 밖에 쓸 수가 없다.
엄마 아빠가 그렇게 좋다가도, 없으면 못살 것 같다가도 가끔 다투면 정말 보기 싫어지고
그러다가도 밥 먹으라는 한마디에 쭈뼛쭈뼛 나가서 수저 들고 밥 한끼 먹으면
다 풀어지는, 뭐 이런 감정이랄까. 풀릴 거란 것을 알지만 당장은 기분 나쁘고
짜증나고, 화나고 슬프다.
이게 뭔지는 시간이 좀 더 흘러봐야 알 것 같다.
하지만 여행이 그랬던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다시 그리워지고,
생각하면 두근거릴 때가 올 것이란 건 확실하다.
세상에 쉽기만 한 일이 있으면 그것도 이상한 거겠지.
로드스꼴라 보람차게 보냈다.
다 만족하는데 아쉬운 것이 하나 있었다.
나는 늘 우리 학교 떠별들은 왜 여행하면서도 이렇게 가까워질 수 없는지 고민했다.
그것이 서로 이름이 아닌 닉네임을 불러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언니, 오빠가 아닌 닉네임으로 부르는 대신 서로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하니까
아니면 우리 1기들이 유난히 친해지지 못하는것일까? 정말 여행가면
늘 아침에 눈 뜨자마자 보고, 하루가 끝나 잠들기 직전까지 보는 사인데,
왜 이렇게 가까워 질 수 없는 거지? 늘 의문이었다.
로드스꼴라를 마치며 그동안 찍은 사진 전부를 모아 정리하던 중, 갑자기 가슴이 너무
이상했다. 아픈 것도 아니고, 답답한 것이 약간 쓰린 것 같기도 했다.
정말 힘들어서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던 네팔 사진을 넘기며,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동안의 일들이 벌써 추억이 되어 버린 것이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충동이 마구 솟구쳤다. 사진 속에서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순진한 얼굴로 웃고 있는 떠별들이 보고 싶을 것 같았다.
그때서야 2년동안의 의문이 풀리는 듯 했다.
우린 친해지지 못한 것이 아니다. 서로에게 다른 모습으로 다가갔을뿐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친하다는게 뭔지도 모르겠다. 그냥 떠별들과 어느새 가까워졌다는 것만
안다. 언제부턴가 그 사람 눈빛만 보고도 지금 기분이 어떤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사이가 되었다는 건, 우리도 모르는 새 특별한 사이가 되었다는 것,
사진정리를 끝내고 나니 정말 징하고, 힘들고, 바쁘고 길게만 느껴졌던 시간들이
머릿속 여기저기 널려 있다가 갑자기 압축되어 버린 듯한 느낌이다.
그냥 딱 로드스꼴라라는 이름의 압축파일로, 이제 정말 끝이구나.
하승아라는 이름이 너무 싫었다.
그동안의 약하기만 한 모습들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로드스꼴라를 입학하면서 닉네임을 사용한다는 것이 내심 마음에 들었다.
정말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나는 누구에게나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어 했고,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바뀌려 노력을 했고 다른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칭찬을 받는것에 익숙해저
나는 결국 바뀌었다.
그렇게 바뀐 모습이 내 모습인 줄 알고 지냈다.
하지만 여행을 다니면서, 팀 작업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알게 된 내 모습은
가시 같기만 하고, 다혈질에, 가식적이고, 욕심 많고, 겁쟁이에, 어리광쟁이다.
그렇게 숨어있었던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그동안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한 것일 수도, 내가 정말 가식적인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고,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그건 모두 내 모습이었다. 난 바뀌지 않았고, 내 모습들 중에 하나일 뿐이다.
다만 나는 더 발전했을 뿐이다.
이제 로드스꼴라를 수료하면 닉네임을 쓰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그냥 그대로 하승아를 받아들일 것이다.
열여덟살 산골소녀도 이제 안녕.
*** 승아가 여행학교 로드스꼴라를 입학한지 벌써 이년이 흘러서 수료를 하게 되었어요.
위의 글은 수료에세이를 써서 제출한 글이예요.
머리와 마음과 온몸으로 살아낸 2년의 세월이었습니다.
승아에게는 자신을 찾는 여행이었습니다.
일반고 1학년을 자퇴하고 방황하던 승아에게
로드스꼴라는 구원이었습니다.
이제 승아는 방황하지 않을것임을 확신합니다.
열여덟, 열아홉 나이에
넘치는 열정을 경험했습니다.
그 열정은 승아의 삶을 풍부하게 해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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