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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놓아두고 볼 수 있는 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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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6/09 (13: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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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연동진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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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24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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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아두고 볼 수 있는 여유
"제발 공부 좀 해라"
"무슨 전화통을 그렇게 오래 붙잡고 있니!"
"이 성적으로 어디 대학 문턱이나 밟아 보겠니!"
많은 부모들은 자기 자식이 공부 잘 하기를 바란다.
또 많은 교사들도 학생들이 공부 잘 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윽박과 협박, 체벌을 쓰면서까지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도록 독촉한다.
그러나 나는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에 별 관심이 없다.
성적에는 더 관심이 없어서 애써 학생들의 점수를 들으려고 조차하지 않는다.
이런 나에 대해 비판할 사람이 있을는지 모르지만, 내가 가르친 학생들의 점수가 다른 학생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놀라운 사실 때문에 생계 수단으로 학원강사 일을 하는데도 별 문제가 없다.
이야기 하나를 먼저 하자.
정농회(正農會)에 속한 분으로 전라남도 벌교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강대인라는 분이 있다.
그 분의 벼농사 유기농법이 널리 알려지면서 그 분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 가운데 김포에 있는 두 사람이 유기 농법으로 벼농사를 짓겠다고 하면서 그 분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 분이 토양 가꾸는 법, 볍씨 담그는 법, 포기 간격 늘여 심는 법, 물대는 법 따위를 알려주고 또 곁에서 도와 모내기까지 훌륭하게 마쳤다.
마지막으로 김포 농사꾼에게 "벼가 크지 않더라도 절대 비료를 주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처음 얼마간은 김포 농사꾼이 잘 버텼다.
그런데 6월이 지나고 7월이 다 지나가도록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노란 벼가 자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루 바삐 푸르게 넘실대는 들판을 보고 싶건만, 푸르게 훌쩍훌쩍 자라는 다른 논의 벼와 비교가 되기 시작했다.
안달이 났다.
하루가 멀다하고 벌교에 전화를 해댔다.
"내일은 꼭 복합 비료를 뿌려야겠습니다.
" 강대인씨는 극구 말렸고 그러다가 8월에 접어들었다.
갑자기 벼들이 놀랄만한 속도로 포기벌이를 하며 자랐다.
도대체 이것이 어떻게 된 노릇인가?
강도사(강대인씨를 아는 분들은 수염이 긴 그 분을 '도사'라 부른다)로부터 여러 번 강의를 들었는데, 한 번은 두 포기의 벼를 뽑아 비밀을 밝혀 주었다.
비료와 농약을 친 논에서 뽑은 벼는 뿌리가 옆으로 뻗어 있었으며 뿌리의 거의 모든 부분은 죽어 있고 끝 부분만 하얗게 살아 있었다.
우렁농법으로 기른 벼는 6미터 콘크리트까지 뚫는다는 하얀 실뿌리가 아래로 곧게 뻗어 있었다.
벼가 자라지 않는 비밀은 모든 힘과 정성을 뿌리를 기르는 데 쏟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8월 성장기에 이르러 생명의 근원인 뿌리로부터 강한 기운을 얻어 성장을 도모한 것이었다.
강도사가 이렇게 말했다.
"이 벼란 놈은 물에 녹아 있는 양분을 겁나게 좋아하거든요,
그러니까 비료를 주면 벼란 놈이 물에 녹은 비료를 먹을라고 요렇게 뿌리가 옆으로 뻗은 것이고, 쉽게 양분을 얻을 수 있으니까 뿌리가 다 죽어버리고 끝댕기만 요렇게 살아있는 겁니다.
너무 약아 빠져서 그렇습니다.
" 실학자 박지원은 '사람들이 현명함을 추구하지만 그것이 어리석음인 줄은 모른다.'고 하였다.
사람들은 비료와 농약을 왜 뿌리느냐고 물으면 더 많은 수확을 얻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일본의 후꾸오까 마사노부는 비료와 농약을 전혀 주지 않는 자연 농법으로 다른 농사꾼보다 더 많은 수확을 얻고 있다.
내가 성적에 집착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에서 어느 정도의 성취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강도사와 같은 분들로부터 얻은 작은 깨달음 덕이다.
학생들에게 성적을 강조하여 편법을 가르치면 학생들은 약아진다.
쉽게 성적을 올리는데 집착해서 근원이 되는 생명력을 기르지 않는다.
그래서 한계에 부딪힌다.
근원의 생명을 기르도록 놓아두면, 스스로 자라나 튼실한 열매를 맺는다.
교육을 하는 사람은 '교육(가르치는 일)'으로부터 스스로를 놓여나게 해야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생각하기 전에 배움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누군가를 가르치고 싶으면 먼저 배워야 한다.
벼를 기르고자 하는 농사꾼은 벼를 통해 배워야 한다.
학생을 가르치고자 하는 교사는 바로 그 학생들을 통해 배워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은 그에게서 '어떻게 배우는가'를 배운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의 이치가 이와 같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과제가 있다면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내게 가르침을 주는 자, 곧 스승으로 보는 일이다.
교사는 결코 학생보다 뛰어난 존재가 아니다.
다만 '먼저 난자(先生)'일 뿐이다.
이끌어 줌은 있어야겠지만 윽박지르고 협박하고 체벌 할 수 있는 권능을 가져서는 안 된다.
"놓아두고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기를!"
놓아두고 본다는 것은 사물(事物) 이치를 본다는 뜻이다.
곧 근원을 알고자 한다는 뜻이다.
옛 스승들은 마음을 고요히 하고 말을 적게 했으며, 섣부르게 나서서 일을 망치는 것을 싫어하고, 이치와 근원을 살펴 일이 순리대로 풀려나가는 것을 즐겼다.
밀레니엄 운운하며 올해에도 역시 교육에 대한 수많은 말들이 난무할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성급하게 그 말들을 좇지 말고 참된 이치를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 보기를 권한다.
+++ 둘째 수용이의 실상사작은학교의 선생님이셨어요.
지금은 움직이는 생활수행학교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일년에 한번 정도 뵙는 선생님 덕분에
깨닫는부분이 많아서 항상 감사드리고 있읍니다.
좋은 말씀 나누고 싶어서 올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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