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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조금 길었던 산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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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4/22 (23: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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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산소
파일첨부 : tttP4020698.JPG |
조회수 : 2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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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스꼴라에서 승아는 산소라고 불립니다.
산골소녀의 준말이래요. 시골스럽다나요....
열흘간의 도보여행을 다녀와서 기록을 남겼어요.
열여덟 소녀의 섬세한 감수성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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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나봐요. 열흘동안 여행을 갔다 왔더니 그사이 많은 것이 바뀌어 있네요. 기분이 좋아지는 꽃향기가 나더라구요. 가로수에 피어있는 나무들이 다 꽃을 피웠어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지 뭐에요? 꽃이 아름답다는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꽃이 정신없기만 하던 제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더라구요. 단지 제 눈앞에서 활짝 웃고 있을 뿐인데. 저도 꽃이 되고 싶네요. 그냥 누군가의 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꽃 말이에요~
-향기가 끌어낸 기억
꽃향기가 코끝을 스칠 때 도보여행의 기억도 제 머리를 스쳤어요. 아마 앞으로도 이 향기를 맡을 때 마다 같은 기억이 머리를 스칠거에요. 요즘 아침에 집을 나설 때마다 맡는 봄향기. 도보여행을 하면서 자주 맡았던 향기에요. 얼마전에 다녀 온 도보여행을 떠올리면 좋은 기억만 떠올라요. 도보여행 때 걷다가 지쳐 훌쩍 훌쩍 울면서 맡았던 냄새도 기분 좋았던 향기로만 떠오르는걸요. 처음 해 본 도보여행이라 모든 것이 마냥 좋았던 것일까요. 이번여행은 저에게 좋은 추억만 가져다 주었네요.
-기억의 시작
설렘과 기대반 걱정반으로 버스에 올라탔어요. 난생 처음 할 도보여행을 생각하니 그저 막연히 행복하더라구요. 저는 걸으면서 저도모르는 저의 다른 모습을 보고싶었어요. 이런 생각을하며 첫날은 가벼운 설렘을 안고 잠이 들었지요.
드디어 걷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무거운 짐 때문에 어깨가 너무 아프더라구요. 그래도 전에 한강20Km를 걸어둔 덕분인지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어요. 점심시간까지는 별 생각없이 두발을 기계처럼 움직였어요. 추모공원에 도착해서 도시락을 풀었어요. 점심메뉴는 웰빙 김밥. 어이가 없었지요. 그래도 배고파서 김밥을 입에 넣었어요. 이럴수가! 그땐 웰빙 김밥이든 뭐든 맨밥을 입에 넣었어도 꿀 맛이였을 거에요. 점심을 먹고 복태의 노랫소리와 따스한 햇살을 맞으며 벤치위에서 정말 한가로운 낮잠을 잤어요. 30분의 낮잠이 그렇게 달콤했던 적은 처음이에요. 누군가 그때로 돌아가 초콜릿과 내 낮잠을 바꾸자고 한다면 저는 초콜릿보다 더 달콤했던 그때의 행복했던 낮잠을 택할거에요
그 달콤했던 낮잠을 뒤로한 채 다시 걸었어요. 그때부턴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거에요. 너무 아름다웠어요.
햇빛 덕분에 냇물은 더 아름다워 보이더라구요. 혼자 보는게 너무 아까울만큼.
풍경사진을 잘 안찍던 제가 사진으로 찍을 수밖에 없었을만큼. 저에겐 그풍경을 보는것만으로도 감동이였어요. 풍경을 보면서 힘듦을 잊을 수 있었어요. 하나도 힘들지 않았지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정말 아름다우면 아픔도 잠시 잊을 수 있더라구요.
나날이 감동이었어요.
하루는 창원마을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날이였어요. 그마을은 너무 평화롭더라구요. 혼자 그 마을길을 걷는데, 너무 편안한거에요. 몸도 마음도...... 혼자 이렇게 편안하니 고등학교 때 친구들 생각이 나더라구요. 지금쯤 친구들은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텐데...... 괜히 미안해 지더라구요. 나만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가끔 친구들이랑 연락하면 하나같이 다들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얼마전까지만 해도, 저도 그 친구들속에 있었으니 그 힘듦 누구보다 잘알지요.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거에요. 그 친구들을 데리고 오고 싶었어요. 저와 같은것을 보면서 친구들도 뭔가 느끼지 않을까 하는마음에...... 이곳은 이렇게 평화롭고 한가로운데 너희들은 왜 그렇게 바쁘게 살아야만 하는거니...... 안타깝고 미안한마음에 눈물이 고이더라구요. 저는 그 돌담길을 걸으며 조용히 울었지요.
어느날은 아침을 먹고 묵언시간 이었어요. 전날 삐끗한 발목이 살짝 아파오더라구요. 이렇게 살짝 삐어서 절뚝거리며 걷는데 오빠생각이 났어요. 다리가 아파서 오래 걷지 못하는 오빠생각을 하니 눈물이 끊이질 않더라구요. 제가 지금까지 보아 온 멋진 풍경들을 보면서 오빠생각이 제일 많이 났어요. 오빠도 나처럼 긴 거리를 끄떡없이 걸을 수 있다면 더 많은 것을보고 더 많은 생각을 할수 있을텐데...... 오빠도 나처럼 걸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 제 다리를 바꿔주고 싶더라구요. 진심으로......
오빠덕분에 제다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았지요. 발목이 삐었어도 이렇게 멀쩡히 걷고 있는 제 다리에게 너무 감사했어요.
오빠생각과 몸에게 감사한 마음에 눈물을 쏟고 생각에 잠겼어요.
전 날 “길은 네모다”라는 문장을 만들기로 했지요. 생각 끝에
.........“길은 나에게 축복이다”라는 문장을 만들었어요.
이 말이 누구에게나 해당될지는 모르지만 저에게 만큼은 축복이에요. 축복이라는 단어가 너무 크게 느껴지는 것도 같지만, 내가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 인생에서의 길이 있다는 것은 내가 살아 있다는 말이지요. 나만의 길이 있다는 것. 그것은 축복이라는 말조차 작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 길 위에서도 ‘길은 나에게 축복이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것. 내 앞에 길이 있다는 것. 살아 있는 것 자체에 감사함을 느낀것이지요.
또 하루는 정말 힘든 날이었어요. 8일째 되는 날이었지요. 도대체 이 코스는 누가 잡아 놓은 것인지...... 하루종일 걸었지요.
해가 질 때 쯤 3Km남았다는 변의 말을 듣고 빨리 가고 싶다는 생각에 혼자 뛰었어요. 3Km가 그렇게 먼거리였나요. 내리막길이라 1시간도 안걸린다던 변의 말씀. 믿지말걸...... 왜 바보같이 또 믿었을까요.
해는 지고 달은 떠올랐고 주변은 어두워 하나도 보이지 않고
너무 무서웠어요. 귀신같은거 없다고 스스로 늘 위로해 오며 이젠 잠도 혼자 잘자는데 왜 또 갑자기 귀신생각에 오금이 저려오는지......
그 길은 깜깜한 내방하고는 너무 달랐어요. 달빛만을 등진채 보이지도 않는 길을 눈을 씻고 크게 뜨며 걸어야 했어요.
정말 뭐라도 튀어나올 분위기였지요. 그러다가 거의 도착할 때쯤 쥬를 만났어요. 천사를 만난 기분이었지요. “우아 난 이제 살았다!” 전 그 어두운길을 쌩쌩하게 걸어오던 쥬가 너무 신기했어요. 여자가 맞나.... 너무 부럽기도 했어요. 아무것도 안 나올거 알았으면서...... 전 아직도 겁이 많은 아인가봐요.
그렇게 쥬를만나 감격하고 숙소에 겨우 도착했어요.
밥을 먹고 힘들어 보이는 고담의 눈물을 보았지요. 그때까지 쌩쌩하던 제 모습이 내면에서도 그렇게만 믿고 있던 제 쌩쌩한 모습이 한순간 무너지고 말았어요. 식당을 나와 뒷곁으로 가 몰래 숨어 울었어요. 우는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울보니 약해 보인다니 너무 많이 들어왔거든요. 우는 모습을 보이면 약해 보일까봐 그런 말이 듣기 싫었어요. 그것에 익숙해져 저도 모르게 숨어 울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처음엔 왜 우는지조차 몰랐어요. 그냥 서러워서 엉엉 울었어요. 근데 너무 힘들더라구요. 그 누구한테도 힘들다는 말을 털어놓지 못했어요. 다들 힘든데 내가 징징대면 안되니까. 속에 꾹꾹 담아 두었는데 그날은 너무 힘들었던거죠. 펑펑울었어요. 숨어서 운게 소용이 없을만큼 눈이 부었지요. 결국 다 알더라구요. 제가 울었는지...... 도도가 제 얘기를 들어주었어요.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지더라구요. 제 말을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도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느꼈어요. 힘들땐 힘들다고 말할줄도 알아야겠어요. 이 날 저는 제 다른 모습을 보았어요. 평소엔 몰랐던 제 모습 이였어요.
이날 너무 고생한 탓인지 다음날도 전날 만만치 않게 힘들었어요. 발에 물집은 다 잡히고 다리도 아프고 마지막 날이라고 스스로 위로를 하며 걸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옆에 누군가와 함께 걸으면 아픈걸 싹 잊게 되더라구요. 누군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제 아픔을 잊게 해주더라구요. 저는 이때....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느꼈어요.
-향기의 기억으로 간직하다
열흘이라는 길고도 짧은 시간이 지났어요. 도보여행이라는 첫경험.. 제인생에서 조금 길었던 산책을 한 것 같네요. 인생에서 열흘이라는 짧은시간 안에 저는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고 느꼈어요. 제가 이 여행을 하지 않았다면, 저를 돌아보지 않았다면 열흘이 아닌 십년이 지났어도 못 느꼈을거에요. 사소한 것들의 소중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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