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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둘째 수용이의 대안학교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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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2/02 (1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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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백혜순
파일첨부 : img427[1].tmp_1.jpg |
조회수 : 25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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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학교와 나>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에 위치한 작은학교는
실상사 바로 옆에 붙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컨테이너 두 채로 시작해서 지금은 컨테이너
여섯 채 그리고 우리가 만든 화장실과 오두막으로 제법
그럴듯한 모습입니다.
2001년, 겨우내 얼었던 땅속의 얼음이 녹기 시작하는 3월, 난 중학생이 되었다. 작은학교에 입학한 나는 학교를 보고 신선한 충격에 휩싸였다. 달랑 컨테이너 두 채. 컨테이너 안을 보기위해 가는 길을 찾아 두리번거렸지만 길은 없었다. 질척거리는 땅을 밟고 어렵사리 도착한 컨테이너 앞. 다른 세상이 있을 것이란 기대를 품고 문을 열어 젖혔지만 텅 빈 컨테이너 안은 나에게 휑하니 냉기만 뿜었다.
실상사 작은학교는 제가 1회 입학생으로 학생 15명과 선생님 여뎗분 그리고 컨테이너 두 채로 시작한 대안학교입니다. 작은학교는 만들어가는 학교입니다. 처음에는 학교로 통하는 길도 없었고 100평 남짓한 운동장은 진흙탕뿐이었습니다. 길과 운동장을 손수 만들고 작게는 각자가 쓸 앉은뱅이책상에서 크게는 함께 사용할 화장실과 오두막까지 스스로 지었습니다. 또한 학교의 규칙은 일주일에 한번 있는 야단법석이라는 식구총회를 통해 선생님과 학생이 함께 정했습니다.
수업은 국어, 영어, 수학, 외에 과학시간에는 밤에 모여 별을 보았고 사회시간에는 현장 체험을 했습니다. 그 외에도 발우공양과 철학, 명상, 자치살림(텃밭 가꾸기)과 나무다루기, 천 다루기 등의 과목에서는 토론을 하다가 자기주장에 채이고 땡볕아래 일하고 손을 망치에 찢고 바늘에 찔리며 온몸으로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한 학기에 한번씩 있는 세상보기라는 프로그램은 지리산종주, 봉사활동, 남도기행, 공동체탐방, 인물탐방 등으로 제게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저의 진로를 모색하는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또한 작은학교에서 많은 축제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과정은 우리를 한층 더 주체적이고 창의적인 사람으로 키웠습니다. 축제 기간에는 모든 학생이 주인공이었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자리가 주어졌습니다.
오후 4시쯤 학교가 파하면 우리는 우리가 기른 상추와 당근을 들고 멀리 보이는 천왕봉을 친구삼아 작은 가정으로 갑니다. 작은 가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겪었던 이야기를 하나 하려합니다.
입학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있었던 일이다.
“수용아, 밥 먹어.”
오늘의 밥 당번은 재영이와 규리(남자)다. 어떤 음식을 먹게 될까 기대가된다. 부엌으로 가는 중, 김치찌개 비슷한 냄새가 난다. 하지만 분명 김치찌개는 아니다. 밑반찬은 부모님께서 보내주신 김치와 멸치, 콩조림, 그리고 재영이가 했다는 제 멋대로 생긴 감자볶음. 나와 성우, 재영이, 그리고 김태훈쌤이 상 주위로 자리를 잡았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규리를 바라보았다. 규리가 냄비를 들고 와서 식탁 가운데에 놓고 뚜껑을 연다. 처음엔 김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모습을 드러내는 즉, 심상치가 않다.
“규리야, 무슨 국이냐?” 김태훈쌤이 다정하게 물었다.
“김치국이요.”
“어떻게 끓였냐?”
“그냥 ‘라면’ 끓이는 것처럼 물 끓인 다음에 김치 넣었어요.”
김태훈쌤은 아무 말 없었고 냄비속의 잘리지도 않은 포기김치는 유유히 떠다니더라.
이것이 작은 가정입니다. 실상사에서 1~2km정도 떨어진 인근 마을에 있는 작은 가정에서는 학생 4~5명과 선생님 한분이 함께 잠을 자고 스스로 장을 보고 밥과 손빨래를 하며 살림을 꾸려나갔습니다. 그리고 나무다루기 시간에 쌓은 실력으로 옷장과 책꽂이 등은 손수 만들어 썼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리 빨아도 때가 지지 않던 양말, 한 달, 두 달이 지날수록 깨끗해지는 양말을 보며 느낀 감회, 밥물을 눈대중으로도 맞출 수 있게 되었을 때 느낀 충만한 만족감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요? 친구들과 같이 붙어살다 보니 친구간의 의견충돌이 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싸운 후 함께 살아야하는 상황에서의 냉전 기간은 우리를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고 결국 화해가 최선의 방법임을 몸소 깨닫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고민의 과정에서 서로를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사는 것 자체가 살아있는 교실이었기에 저에게 정말 큰 영향을 준 작은학교. 그곳에서의 얽힌 이야기와 그 속에서 느낀 감동을 이야기하자면 밤새 이야기해도 모자랄 것입니다. 저는 작은학교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름다운 경험을 하고 온몸으로 배우며 사는 법을 배우고 내가 하고자 하는 것과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등등등...
작은학교 국어시간에 ‘사람’의 어원에 대해 배운 적이 있습니다.
‘사람=삶+앎=삶을 알다’
나는 사람입니다. 때문에 삶에 대해 알기위해 평생 노력해야 합니다. 작은학교에서 3년의 생활이 제게 확실하게 알려준 것은 삶은 행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작은학교는 행복할 수 있는 삶의 가장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하수용’이란 사람의 색깔대로 살면서도 다른 이들과 조화로울 수 있는 삶. 저는 이런 삶이 정답이라고 생각하기에 이에 따라 살기위해 항상 노력할 것입니다.
++위의 글은 지금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둘째아이의 대안중학과정인 실상사작은학교때의 이야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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