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승아엄마가 세상사는 이야기 , 둘] |
| | | |
| 2007/01/17 (20:01) |
|
| 작성자 : 승아엄마
|
조회수 : 2295 |
| |
----***
아침일곱시에 알람소리에 놀라 졸린 눈을 비비며 이불을 온몸으로 휘감아 말아 감고는
"엄마, 난 이 시간이 가장 따뜻하고 행복해 ."
"아쉬워서 그래, 일어나서 학교에 가야 하니까."
"그래서 일요일에는 이런 느낌을 느끼지 못 하는거구나."
중등 1학년, 열 네 살 막내딸 승아는
요즈음 자기를 괴롭히는 같은 반 남자친구 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난 승아를 불안에 떨게 하는 그 남자아이가 밉고 괘씸하고 속이 많이 상합니다.
승아는 남자애 때문에 학교에 가기가 싫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로 정말로 괴로워서 참을 수가 없을 때에는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다짐을 해줍니다.
힘으로는 대적할 수 없을 만큼 체격의 차이가 있는 남자친구는
곱지 않은 눈초리와 험악한 말투로 두려움을 느끼게 함으로서
내 딸 승아의 여린 영혼에 상처를 주고있는 것입니다..
다행히 선생님의 중재로 그 아이는 승아에게 사과를 했고
이제는 견딜만하다며 승아는 다시 씩씩해졌습니다.
오늘 교복을 챙겨 입고 가방을 둘러멘 승아가
"엄마, 나 어제 시험공부 3시간이나 했어, 오늘 보는
중간고사 잘 보라고 기도해 줘"
내 두 손을 마주잡고 눈길을 마주하며 부탁을 하고는 학교를 갑니다.
어린아이가 자라면서 행복감을 느끼고 때론 두려움도 느끼고
그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 힘들지만 이것이 더 귀한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학교 친구들 덕분에 보다 넓은 관계를 배우고 사랑과 미움을 경험합니다.
성적이 좋지 않아 매맞아 시퍼렇게 멍든 허벅지를 아버지 몰래
엄마에게 살짝 보여주면서도 조금도 아프다거나 억울하다는 표정이 없는
무심한 승아가 난 씩씩해서 참 좋습니다.
자기의 잘못을 나름대로 시인하기 때문이지요.
잘못본 성적 때문에 밤을 새우며 오답노트를 만들고 있는 승아를
지켜보며 아이의 책임감과 의지가 기특합니다.
시험 때문에 긴장도 하고 시험점수 때문에 고민도 하고
공부를 하겠다는 다짐도 스스로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것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숫자로 나타나는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아이 셋을 키웠습니다.
막내라는 특성상 미운 짓을 해도 예쁠 수밖에 없는
어리광이 많은 열 네 살 승아를 키우면서
같은 열 네 살에 실상사 작은 학교를 보냈던 둘째 수용이가
덕분에 잘 자랐다고 자부하고 있었던 둘째 수용이가,
요즈음 와서 제 가슴을 미어지게 하고 있습니다.
사고가 너무 많이 경직되어 있어
중학과정을 대안학교를 선택하게 되었고
덕분에 아이의 내면의 많은 부분이 표출되었고
아이도 작은학교 덕분에 지금의 모습이 가능했음을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아이가 고2가 되어서 그 때 아이에게
채워지지 않고 자랐을 무엇인가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이
승아를 키우면서 일고 있는 것입니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예습이 없는 실전이기 때문이겠지요.
마침 거창에서 기숙학교에 다니고 있는 수용이가 콜렉트콜로 안부를 묻길래
"수용아, 열 네 살 때부터 밥해먹고 빨래하고 학교 다니는 것 힘들지 않았어
엄마가 요즘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퍼"
"난, 힘든 것 몰랐는데"
"수용인 아빠, 엄마에게 마음속의 갈등 편안하게 모두 말할 수 있니"
"거의 모두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왜 그래 엄마"
"아직은 엄마가 수용이보다 강하니까 힘들 때는 떼도 쓰고 패악(?)도 하고
힘들다고 말도 해, 착할려고 애쓸 필요 없구...... 아빠엄마를 위해
참고 무엇인가를 해야한다고 생각하지 말구, 네 마음속에서 진정 원하는 것
무엇인가 생각해"
"그렇지 않아도 요즈음 미래에 대한 고민과 갈등이 많아요."
"그런데 수용인 귀가 얇은 것 알지"
"네, 그래서 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말로 잘 표현하게 되지를 않아요."
이번 추석때
3박4일 연휴를 지내러 온 열여덟 수용이에게서
난 이제 쉽게 근접할 수 없는 힘을 아이에게 느꼈었고
의기가 충천한 사춘기의 막강한 힘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흘쯤 지난 저녁
수용이는 다시 전화를 주었지요.
"엄마, 엄마전화를 받고 도서실에서 공부를 하려고 앉았는데 갑자기
이유는 알 수가 없는데 오열과 함께 울음이 쏟아져서 옆의 친구들이 놀라고
전 한참을 울었어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표출되지도 않고 의식되지도 않고 인지되지도 않았던
내면이 감정들이, 아이에게 있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는
적중했던 것 같습니다.
항상 착하고자 애쓰던 수용이가 새삼 안쓰러워지는 에미의 배려에
수용이는 그동안의 인내가 이해를 받음으로서 눈물로 정화되고
상처받은 영혼의 치유가 조금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아이와의 벽을 느끼던 찰라
마음을 다시 연 수용이는
중간고사가 끝나는 날 친구들과 자전거하이킹을 갈 것이라고
아주 밝은 마음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전화선으로 가득 느껴집니다.
스물두살,
푸른 꿈 고등학교를 졸업한 큰아들 지용이는
지금 군인아저씨가 되었습니다.
큰 고통은 작은 고통을 쉽게 이기게 해준다며,
어차피 군 생활을 할 것이라면 좀 더 힘든 곳에서
하고 싶다던 씩씩하고 든든한 아들,
첫 휴가 왔을 땐, 탈영(?)하는 이들이
이해가 갈 만큼 고통스런 갈등도 담담하게 표출하던 아이
11개월이 되는 지금은
군 생활도 인간관계만 문제가 없다면
크게 힘들지 않다며 편안한 목소리로 엄마를 위로합니다.
군에서의 시간도 자기의 성찰과 충전의 시간으로 보내며
주일마다 전화를 해서 부모의 안부를 묻는
성인으로 자랐습니다.
전 제 아이들을 키우면서 단지 부모라는 이름으로
인생의 선배임을 앞세워
아무것도 단정지어 강요할 수 없음을
깨닫습니다.
내가 살아냈던 세월과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은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내가 아이에게 해주어야 할 일은
세상이 변해도 변해서는 안될 것들만을 전할뿐입니다.
섬세한 감성이 살아있다면 검약하는 삶이 고통스럽지 않을거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따듯한 배려가 있다면 함께 하는 이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삶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지니고 내 안의 충만한 삶을 산다면
어떠한 모양새로 살아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삶을 위해 굳이 많은 지식으로 무장될 필요도 없구요.
그러니 공부 잘하라는 채근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고난은 우리의 영혼을 키우는 기폭제가 됨을 알지만
내 아이에게 미칠 아픔에 마음밑바닥까지 담담한 그릇이 전 못 됩니다.
하지만 그래도 한숨을 크게 들이쉬며 용기를 냅니다.
많은 것을 아이에게 마련해 들려주기보다는 스스로 마련할 수 있는
힘을 키우게 되기를 기도하면서 ...
제 아이들은 스스로 행복하다고 자주 말합니다.
행복지수가 높은 아이들로 살고 있지요.
지금 이 시간 이 자리의 감사와 행복을 아는 제 아이들은
저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을 합니다.
전 승아 나이에 행복이란 단어를 사용할 줄 몰랐으니까요.
아이들 하나하나 각기 다르게 내재해있는 다양한 감성들이
불겨져 나올때마다 저는 경이를 느낍니다.
그리고 안도합니다.
제 아이들은 제 앞의 생을 좌절하지 않고 헤쳐 나아갈 것임을
믿기 때문이지요.
전 지금 아이들의 놀잇감인 발도르프인형을 만들어 전파하는 일을
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3년 전 아이들의 영혼을 생각하고 배려 하는일이 세상 속에 꼭 필요한 일임을
절절하게 느끼면서 이 일을 업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인형을 만난지 5년이 지난 지금은,
철모르는 나이에 결혼을 하여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세상을 살아낸 시간이
인형 속에 녹아들어 표출되는 것을 느낍니다.
손으로 하는 일은 인지되지 않는 세계의 표출이라는 생각,
이런 것이 예술이 되는 것이구나 어설피 생각되어집니다.
눈으로 보는 인형이 아닌
가슴으로 느끼는 인형을, 많은 아이들이 경험함으로서
상처받는 영혼이 안식할 수 있는 친구를 안겨 주고 싶고
만드는 어른도 정화가 되고 행복해 하는 것을 눈으로 경험하면서
저는 제 하는 일에 아주 행복한 사람으로 살고 있습니다.
길이 나지 않은 길을 만들며
했던 일이라
고비도 않았지만
이젠 묻어두었던 세월 탓으로
저를 필요로 하시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제가 일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는 말씀들을 많이 듣습니다.
감사합니다.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