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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스물한살의 홀로서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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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1/17 (19: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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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승아엄마
파일첨부 : 국토순례_나_0(3130).jpg |
조회수 : 219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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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스물한살의 아들아이가 한달동안 국토순례를 마치고 9월 중순에 돌아왔습니다.
아이는 우리의 산하가 너무나 아름답다고 감탄했습니다.
아이는 시골의 인심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고마워 했습니다.
길 위에 많은 동물들의 주검을 보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아이는 시골길을 걸으며 배가 고파도 어쩔수 없이 굶어야 할 때도
많았음을 이야기 했습니다.
아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었던 많은 분들 덕분에 무사히 한달간의
국토순례가 가능했슴을 아이는 절절히 느끼고 있었습니다.
아주 작은 도움에도 큰 감동을 할 수 있었던 여행이었지요.
홀로서기를 부단히 노력하며 여행을 떠나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아이를 낳아 키웠던 지난 스물한해가 새삼스러웠습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했던 부산스러웠던 유년시절
지렁이를 손에 감싸쥐고 유치원샘들을 놀래키던 개구쟁이
수업이 끝나고 쉬는시간에 뛰어다녔다고 손바닥에 못이 박히도록
맞고 살았던 초등학교시절....
그래도 기죽지 않고 엄마에게 하소연하지도 않고 아이는 잘도 참아내며
매일아침 눈을 뜰때 학교가 폭삭 무너져 내리지 않음을 원망하면서...
친구만나는 재미로 학교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리고 감옥생활과도 같았던 중학시절......
난 아이가 시드는 것을 참아내지 못하고
5년전 무주에 있는 푸른꿈고등학교라는 대안학교로 아이를 보냈습니다.
아이의 고등학교시절은
아이에게 꽃피는 봄날이었습니다.
죽어도 여한이 없을만큼 행복하다고 제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는 몸은 시골에 갖혀있어도 영혼은 자유롭다고 제게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참으로 평생 함께할 아름다운 추억들이 아이를 풍요롭게 해 주었습니다.
아픈기억들조차 그리움으로 남는 일들도 많았지요.
그곳은 어른의 간섭없이 아이들끼리 충분히 소리낼 수 있는 곳이었지요.
그것이 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스물한살의 제 큰아들은
나이보다 훨씬 깊이를 가지고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자랄때 지적인 학습은 아이를 형성하는 지극히 작은 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은 지력만을 전부로 보고 아이를 키우는 우를 범하고 있습니다.
심력, 체력, 지력, 자기관리, 인간관계가 모두 제대로 교육되어야 한다고
원동연씨는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크게 동감하고 있습니다.
엄마의 생각이 바뀌면 세상도 변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아이가 국토순례를 마치고 출신고 게시판에 쓴 글을 퍼왔습니다.
***기나긴 여정을 마치고
사람들이 내게 말했다.
미쳤다고.
800km나 되는 거리를
걸어서 그것도 혼자서 왜 하냐고.
그럼 형식적으로 난 대답한다.
젊을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요 뭐...
하지만 여행이 끝난 지금 되돌아 봐도
난 내가 왜 이걸 했는지 뚜렷한 이유를 모른다.
처음 시작하기 전에야
왠지 멋있어 보이고
고독해 보이고 그래서
혼자서 있으면 스스로를 성찰 할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 같아서
젊을때 좋은 경험한다고 하면서 하는 거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지금 되 돌아 보니
그런 것 때문만이 아니었다.
궁금했다.
반으로 갈라진 한 반도 이지만
내 조국을 걸어서 종단한다면 느낌이 어떠할까 하고.
걸어서....걸어서....걸어서....
그렇게 여정의 끝에 섰을때
과연 어떤 표정을 지으며
어떠한 생각을 하게 될 것인지....
이윽고 여정은 시작되었다.
그 어느것 하나 내겐 의지할 것이 없었다.
연달아 올라오는 태풍과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과
터진고 또 터지고
헤지고 또 헤지는
발에선 피가 흐르고.
잘 곳을 찾아 헤메이며
그렇게 세상과 부딪혀 가면서
나는 조금씩 커갔는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한계로 몰아가면서
"인간은 한계를 실감할때 비로소 성장한다"
라는 문구를 가슴에 새겼고
"포기,절망,좌절,실패란 단어들은
자신을 만나갈때 비로소 다가오는 단어다"
라는 문구를 스스로에게 각인시켰다.
외로워도 참았고
그리워도 참았다.
포기하고 싶어도 참았고
울고 싶어도 참았다.
비바람에 젖어가며
추위에 떨었고
새벽이 다가올때면 피곤에 쩔은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날 오늘에 이르게 한것은.
걷고 싶으면 걷고...
쉬고 싶으면 쉬고....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고....
그것은....
[자유]
몸은 힘들었지만.
난 자유를 만끽했다.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흩날려 가면서.
비가 오면 오는대로 그렇게 젖어 흘러 가면서.
어둠이 깔리면 그렇게 어둠속에서 잠들었다가
새벽이 밝아오면 빛이 되어갔다.
석양을 등지고 걷는 것도.
그렇게 비춰진 내 그림자를 보며 걷는것도.
산골짜기에 어둠이 스미면 잘 곳을 찾아 헤메이는 것도.
어느 순간
익숙한 풍경이 되어 버렸을 즈음
통일 전망대에 올라선 나를 만날수 있었다.
그리고
비구름에 가려진 바다를 벗하며 마시는 맥주 한잔.
30여일간의 여정을 돌아보며
내 여행의 마지막 순간은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어렸을적 그 개구장이 소년이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건장한 청년이 되어 있었다.
새카만 얼굴에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
얼굴은 깍이고, 상처투성이의 다리
발걸음에선 힘겨움이 묻어나지만
눈빛만은 살아있는.
여정이 끝난 지금
나에게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얻었냐고
물어본다면 자신있게 대답할수 있는 한가지.
21살의 짧은 인생을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갈 나의 미래를 만나고 왔다고.
누군가
나에게 이것을 다시 하겠냐고 묻는다면.
난 말하겠다.
이번엔 당신과 함께
에베레스트를 오르겠노라고.
2004년 9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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